내게 설악산은.."이야 산이 이렇게 멋지 곳이었구나" 라고 일깨워준 곳이다.  30살이 넘도록 설악은 구경도 해본적이 없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마음이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대암벽 졸업등반으로 왔을때가 설악을 처음 경험했던 날이었다.

초짜티를 안내려고 신흥사를 빙빙 돌아 비선대를 찾아 올라간 기억이 난다. 참으로 더운 날이었다.

비선대에 도착하니 흐르는 계곡물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적벽을 오르며 봤던 수많은 봉우리는 그동안 내가 봐왔던 다른 산들과는 틀렸다. 산이야 다 비슷하지! 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달라지는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산이 좋아지고 싶으면, 설악을 찾으라고 이야기 하고 다닌다. 이왕 첫경험 멋진 곳을 보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저번주는 유난히 시간이 가질 않았다. 마치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마냥 마음이 들떠 있었다. 금요일 마지막 수업을 하고 바로 차에 올랐다.


준비는 오전에 모두 해놓았기 때문에.. 빠르게 출발 할 수 있었다. 아직 설악산 가는길을 네비에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머리가 어느 정도 기억할 정도로 익숙해 졌다.


콘도에 도착하니 자정쯤 되었다. 형들과 누나들이 아직 잠을 안자고 기다렸다고 하니, 너무 기뻣던 것일까? 한동안 등반을 마치고 술을 못마신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일까? 설악에 와서 일까?


이유는 알수 없지만 들뜬 마음은 분명했다. 간단히 먹고 잔다는게 시간이 길어지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부슬비가 주독을 푸는데 여유를 주었지만, 컨디션은 정말 안좋았다.


첫날은 한편의 시를 위한길을 등반했는데... 모든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 되었지만, 나는 주독으로 인해 시를 읽지는 못했다.

부랴부랴 일정을 마치기 위해 노력만 했는것 같아 아쉬운 첫날이었다.


등반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는데..그토록 등반 마치고 먹는 시원한 맥주의 맛을 기대할 수 없었다. 나는 몰래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한참을 누워있다보니..밖에서 즐거운 대화소리가 부러웠는지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앉아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


일요일 아침 컨디션은 최상으로 올라왔다. 일요일 등반지는 울산암인데..늦뫼는 두개조로 등반 계획 하였다.


1팀은 번개길 등반계획을 잡았고, 2팀은 문리대길을 계획하였다. 울산암을 오르는길 다른팀이 앞서가는 것을 보니 걸음이 자동으로 빨라졌다.


울산암은 뻥크랙이 발달된 곳으로 문리대를 뺏기면 내가 오를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울산암에 도착하니 이미 문리대는 정체가 시작되었다.  아쉽지만 문리대 등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대장님,준서,세화,현주누나는 번개길 등반을 시작하였고, 나는 비너스 3피치까지 등반할 계획으로 찬우선배,경복이형,성혜누나와 비너스 시작점으로 이동하였다.


비너스는 작년이맘때 올라본 경험이 있다. 3피치까지 등반을 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등반은 순조로웠다. 4피치 크랙이 하이라이트 인데 볼트가 두배로 많아져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줄어들었다. 볼트는 끓은 수 없는 유혹과 동시에 매력도 저하시킨다.


볼트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비너스길은 다시 올수 있는 길이 되고 말았다.


하강을 하고 다시 문리대길 등반을 시작하였다.

문리대길 개념도를 보니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2피치 크랙이 만만치 않았다. 밖으로 나와 레이백으로 오르니 제법 쉬웠지만

쉽사리 나오기가 겁이났다.


얼마나 지렁이처럼 기었는지...이번에 구입한 바지에 구멍이 뚫렸다.ㅎㅎ  캠도 무거워 챙겨 가져가지 않아 제대로된 설치가 안되었다.


캠을 아껴박으며, 과감히 레이백 동작을 구사하니 등반이 훨씬 가벼웠다.


그래도 아직 레이백은 부담스럽다.

오랜만에 승호형, 경복이형, 인철형과 함께해서 등반은 더욱 재미졌다. 모두 건강히 회복하여 예전처럼 단내나게 등반을 했으면 좋겠다. 형님들 모두 잘 회복하셔서 오래~오래 등반해요. 사랑합니다. 제맘 아시죠^^?


이번 울산암 등반을 통해 더 노력해야 하는 자세와 난이도에 대한 자신감이 들었다. 다음 울산암에 오면 못다오른 비너스길을 최대한 자유등반으로 시도할 것이다.


아직 번개길과 요반길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내년은 또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뒤로하고, 조금씩 발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이제 늦뫼에서 활동한지 4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나는 희망한다. 오래 함께 자일을 묶은 사람들과 등반을 함께 하고 싶다.

선등을 시작한 이후로 빌레이를 믿고 맡길수 있는 사람들이 나도 모르게 정해 놓고 있었다.

아마도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알수 없던 기분이다. 등반은 이미 삶에 일부분이 되어 버렸고, 왜 소속 산악회가 중요한 것인지도 알아가고 있다.

자일은 함께 오래 묶을수록 서로간에 신뢰는 높아진다. 신뢰가 없는 등반은 아름다운 등반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늦뫼 산악회 모든 회원님들 우리 함께 열심히 등반하고, 안전하게 등반하여 산에서 좋은 추억과 끈끈한 정을 많이 만들자구요.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번 재미지게 놀라 봅시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근데 큰일이다. 야영도하고 술도먹고, 등반도 해야하는데....술에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말았다. 좋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큰일이다.


난 앞으로 야영들어가면 오렌지 쥬스 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