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등반을 가기 몇일전 부터 시작하여 등반당일까지 분주하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것 같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닌것이 분명하다. 아직 그만큼 내공이 쌓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대변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말이다.


오래전 부터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각인시키는 말이 있다. 대부분 나를 이롭게 만들어 주는 것들은 마치 노동과 같기때문에 스스로를 자주 테스트 하게 된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잘 나가다가도 조금만 흐트러져도 생각이 많아지고, 흥미에 금이 간다.


그래서 마치 노동처럼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그래서 답을 정해 놓았다. 노동처럼 느끼는 모든 것들은 나를 이롭게 만든다.


선인봉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인수봉을 좋아한다. 등반시간도 길고, 정상에 올라 하강할때 성취감이 이로 말할수 없다.

언제부턴가 인수봉일정이 잡히면 도선사 주차장이 먼저 떠오른다. 운이 좋으면 주차를 할 수 있지만, 그 기회가 날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할렐루야 주차장에서 도선사 까지 오르는 시간이 제법 쉽지 않다. 왜일까? 워킹 하는 기분으로 오르면 되는데 이상하리만큼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도선사로 향하지 않는다. 바로 할렐루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와 올라가는 택시를 잡으면 확률이 50%도 안된다.  내려오는 택시를 잡으면 90%택시를 잡고 도선사 주차장으로 갈수 있게 된다.


몇주전까지만 해도 인수봉에 주차를 하고 접근하는 것이 작은 걱정이었는데...해결된 셈이다. 왜 그동안 내려오는 택시는 잡지 않은 것일까? 


몇일전 부터 태풍 링링이 대중에 감정을 뒤흔들었다. 각별히 조심하고 신경써야 하는것이 사실이지만...등반에 지장이 있을지 걱정이 앞썻다. 아니 그보다도 비로인해 등반참석률이 저조할것에 걱정을 했다.


6년전 대전 계룡산 단풍산행을 혼자 계획한 적이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면,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겠지만 산행아침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생각에 걱정은 들지 않았다. 당연히 비가오니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나에 몸과 정신은 작은 평화와 함께 다시 침대를 향했다.


그날 오후 충분히 만족된 몸을 이끌고 편안한 침대에서 TV를 틀었다. 한참 단풍산행이 잇슈였던 때라 그런지 뉴스에서 우비를 쓴 리포터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비가오는 가운데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찾았는데요...." 그 다음은 기억이 안난다.

딱 저말만 기억이 난다.


나는 이미 잠도 충분하고, 몸에 에너지는 가득한 가운데..........정신은 왠지모를 이질감에 휩쌓였다. 그랬다. 난 운동은 10년넘게 해왔고,

체력도 충분했지만 저들처럼 괜찮은 정신상태는 아니었던 것이다.


괜찮은 정신상태에는 오로지 개인만의 역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작은 책임의식 부터 단체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인정에 대한 모든 욕구들이 괜찮은 정신상태를 만든다.


비가오는 가운데 산을 찾은 등산객 중에는  순수히 산을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를 행한 책임감, 그안에 공존하는 서로의 관계등이 그들을 산으로 불렀을 것이다.


그날 나에게는 그 어떤것도 없었다. 6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내 주변에는 순수히 산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를 향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안에서 만들어진 파트너도 있다.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쏟아지는 땀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바위를 더 오래하고 싶은 작은 욕심에 왠지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습한 날씨에 좋은 바위질감을 기대하지는 못했지만....(저번주 선인봉 날씨 너무 좋아서) 4계절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바위뿐이겠는가? 뭐든 완벽한 날은 별로 없다.


의대길/동양길 두개의 루트를 생각하여 인수봉으로 향했다. 의대길은 재철형이 오르고, 난 동양길로 향했다. 재철형이 지난번 올랐다 하여 적당히 루트를 검색하고 동양길하단에 가니 등반자가 없다. 오르는 도중 다른팀에서 동양길 물 안흘러요? 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바위가 젖어있을때는 동양길에 사람이 없다보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크랙은 물에 젖어있었고, 이끼는 배고픈 나에게 매생이국을 연상시켜 주었다. 처음가본 곳이라 스태밍과 레이백으로 오르면 편한 곳을 두려움에 크랙을 파고 드니 등반은 쉽지 않았다. 결국 크랙에서 빠져나와 레이백으로 오르니 부담감과 더불어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쉽게 갈수 있는 곳을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생각해 보았다. 다음에 다시오면 처음부터 레이백으로 오를수 있을까? 아직은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막상 붙으면 다시 크랙을 파고들것 같다.ㅎㅎㅎ 그래도 레이백기분을 기억하니 등반은 더욱 원할할 것은 분명하다.


인철형은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암을 극복하는 어려움은 아직 내가 알수없는 영역이지만, 자신감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씩 다시 올라오는 형을 보니 마음이 풍족한 등반이었다.


저멀리 귀바위에 채철형과 대장님의 모습이 보이고, 크로니 크랙에 준서와 세종형의 모습, 벌써 2개의 길을 오르고 정상에서 기다리는 큰승호형과 현주누나 그리고 그안에 내가 있음에 짠한 감동이 전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