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필리핀에서 면 지갑 하나를 구입하였다. 오래돼서 인지 기술력의 부족인지 이제는 낡아 몇 번을 꿰맨 낡은 지갑이다.

 

부끄럽지만 지갑 한편에 "나는 무엇이든 마지막까지"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사실 이 글을 누가 볼까 봐 조심스럽게 지갑을 열곤 한다.

 

이후로 몇 번의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동호회가 파토 나야 그곳을 나오곤 했다.

 

나에게 동호회 활동은 단순하다. 언제든지 부탁하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다. 나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발전할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냥 웃음이 지어진다.



나만 그런가? 누군가 이야기했다. 내가 두렵다면 상대방도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내가 본 선등자들은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난 솔직히 무섭다. 등반을 시작하기 하루 전부터 바위에 첫발을 딪을때 까지 이다. 이상하게도 바위에 올라선 순간부터는 평온하고 두려움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수봉/선인봉을 갈 때면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에 막연한 두려움이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지만 하나의 도전과제 이자 마음의 짐이다.

 

올여름 선인봉 학교길에 대한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였다. 내려와서 은기 선배가 어떻냐? 또 갈수 있겠냐?라고 물어보셨을 때.. 여기는 언제든지 갈수 있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선인봉에는 무수히 많은 길들이 있지만.... 어제 짐 하나를 정리하러 하늘길에 올랐다. 어색한 발을 딛고 나니 조금씩 다시 익숙해 졌다.

 

세 번째 피치에 다다를 무렵 아름답게 뻗어있는 크랙을 보니 유연하고 날카로워 보였다. 한동안 전완근 지구력에 힘을 쏟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 부족한 힘이었다. 물론 초행길에 대한 힘 분배 등... 스스로 위안을 해보았지만... 과정을 생각해 보니 참.... 별로였다. 그래도 이제 이미지를 그리면서 훈련 할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정민이는 준서와 그동안 노가다 크랙을 많이 가서인지... 이제는 해탈을 한 것 같았다. 등반도 재미가 있으려면 적당한 그레이드의 등반을 해야 하는데 정민이는 트레이닝의 연속을 걸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멋졌다.

 

하강할 때 내가 먼저 내려가고 준식이를 봐달라고 하고 정민이 보고 마무리를 하고 하강하고 말했는데.. 정민이 말에는 힘이 실려 있어 듬직하기까지 했다.

 

준식이는 어렵게 올라왔지만 불평도 없고 이런 느낌이 좋다고 했다. 신기한 친구이다. 무탈히 오래 함께하고 싶다.

 

어제는 18명의 늦뫼식구들과 함께 하였다. 덕분에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