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잠도 충분히 자고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어 컨디션이 좋았다. 오늘(11/8)은 노적봉을 오른다고 하는데... 노적봉? 인수봉과 선인봉의 거대한 직벽 앞에 서면 지레 겁부터 먹기 마련인데, 햇살에 노랗게 물든 노적봉의 아담한 남사면은 처음 듣는 이름만큼이나 설렘의 감정을 일게 해주었다.

 

준서 선배님과 함께 줄을 묶었다. 4월에 암벽등반에 입문한 이래로 두명이서 등반해보기는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확실히 서너명일 때보다 속도가 빠르긴 빠르다. 손잡이도 많고 경사도 급하지 않은 것이 초보인 내가 재미를 붙일 만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바람은 거칠었지만 쏟아지는 햇살에 세로토닌이 솟구쳤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확보줄이 간신히 잡아주었다.


이어서 만경대 암릉(릿지)을 탔다. 노적봉은 분명 가을이었는데 만경대는 이미 겨울이었다. 주책 없이 흐르는 콧물을 바위에 닦아가며 시린 손을 겨드랑이에 쑤셔넣었다. 그늘 진 곳에서 바람을 부닥치고 있노라면 얼른 내려가 뜨끈한 만두전골을 한 술 뜨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춥고 힘들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기에 그 마저도 즐거웠다.

 

명나라 지리학자 서하객은 일생에 중국 천하를 다녀본 후 오악(五岳, 泰山·華山·衡山·恒山·嵩山)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오봉(五峰, 백운·인수·노적·만경·보현)을 보고 나면 다른 봉우리가 보이지 않고, 노적을 보고 나니 오봉이 보이지 않노라!”

 


**항상 챙겨주시는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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