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고통이고 아픔은 아픔이다

 

살아가는 것은 가슴속의 고통을 한발 한발 새기며 가는 것이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며,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통이나 아픔은 누가 대신 짊어질 수도, 그렇다고 무게를 덜어줄 수도 없다. 오직 자기 혼자의 힘으로만 해결해야 한다. 등반의 세계가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암벽등반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가장 본능적인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때론 안쓰럽고, 서글프며, 굴욕적이고, 애처롭다가도 때론 숭고하면서 불굴의 의지로 뚫고 나가는 모습에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모습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등반을 서너 번 하고나서 등반을 이야기하는 것은 웃기다 못해 코미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한다면 암벽등반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등반을 하는 이유로 ‘자기 한계를 극복했을 때의 쾌감 때문이라든가. 스릴을 만끽했을 때의 해방감, 쌓인 스트레스 풀기’ 같은 미사여구는 학습된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이 무뎌지고, 아픔에 면역이 생긴다든가, 고통 후에는 희열이 있다든가. 어려움 후에는 밝은 미래가 있다든가 하는 것은 말장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는 목마름과 찌는 태양 속에서 줄 하나에 매달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이 쾌감이나 해방감, 스트레스 해소라고 하기에는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

 

고통이나 슬픔, 아픔이나 절망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매번 부딪칠 때마다 똑같은 무게와 똑같은 형태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혼자서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할 천형인지도 모른다. 등반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에 매달려 살기위해 몸부림치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가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을 일부러 직시하지 않았던 것은 내 허약한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탈로 날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PS:

2012년 6월 17일 늦뫼는 도봉산 선인봉을 등반했다. 백인숙 누님을 비롯하여 모처럼 이정녕 선배님 등 늦뫼식구 12명과 KT회원 3명 등 총 15명이 참석했다.

연대길 선등을 서 주신 이정녕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함께 해 주신 형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함께 했던 모든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