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일자 : 2012년 8월 12일

참가자 : 한찬우, 김병조, 박희식, 김재곤, 이정녕, 정은기, 허용욱, 한미옥, 이동천, 강인선

등반지 : 선인봉 . (학교길, 요델버트레스)

1조(학교길): 박희식, 김재곤, 이정녕, 정은기 2조(요델버트레스): 한찬우, 허용욱, 이동천, 강인선

늦뫼가 선인봉으로 등반을 잡기만하면 여지없이 비가 내렸다. 꼭 초등학교시절 소풍만 간다고 하면 비가 오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비가 오기 전까지는 등반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번 등반에서 느낀 점은 최적의 조건에서만 등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등반시 비가 올수도 있고, 초크가 떨어질 수도 있다. 암벽화 밑창이 보일 정도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부상을 입어도 등반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바위에 붙는 순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헤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최적의 조건에서 등반을 하면 못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등반이라는 것이 최적의 조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양한 변수와 돌발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등반할 수 있어야 진짜 등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어 보였다.

오전에는 등반하기에 이상적인 날씨였다. 산들바람이 간간히 불어오고, 그동안 후덥지근했던 기온도 비가 오려는지 선선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요델버트레스는 우리 늦뫼식구뿐 이었다. 마음 편하게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등반할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한바탕 땀으로 목욕을 한 후에 선인봉에 도착했다. 산에 오르면서 과연 학교길을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 마음을 알았던지 역시나 등반대장은 인선 씨와 나를 요델버트레스로 배정해주었다.

“선인봉의 요델버트레스는 북한산의 동양길처럼 아기자기한 길이다. 오르면서 이것저것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길이야.”

한찬우 등반대장이 말했다. 용욱 선배도 “레이백, 크랙, 슬랩 등 다양한 구간으로 이루어져 등반하기에 좋은 코스”라며 이야기 해 주었다.

한찬우 대장과 내가 한조가 되었고, 허용욱 선배와 인선 씨가 한 조가 되었다. 인선 씨가 감기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 붙는 것을 보면, 역시 등반실력이 많이 늘었다.

요델버트레스 4피치 중간지점이 크럭스였다. 내가 그 구간을 지날 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상의 조건에서도 오를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크럭스 구간에 비라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 가겠다는 내 말에 등반대장은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올라와!!”라며 빈틈을 주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올라가야만 했다. 정상에 올라가 본 후에야 대장이 왜 올라오라는 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4피치 중간지점에서 그대로 내려 갔다면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여유나 등반의 재미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올라가본 후에야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크럭스 구간을 오르고 난 후에는 자신감이 절로 생겼다. 대장은 그것을 느껴 보라고 한 것 같았다.

요델버트레스 구간을 다 오른 다음에 비는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 산 정상에서 비를 맞는 기분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이번 등반에서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 하루였다.

선등을 서 주신 등반대장과 용욱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열심히 등반한 인선 씨도 수고 많았습니다.

PS:

학교길을 간 희식 선배, 정녕 선배, 재곤 선배, 은기 선배님은 비가 오는 가운데도 완등하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학교길을 완등한 늦뫼식구들의 등반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특히 박희식 선배의 학교길 등반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병조 누님이 오후에 합류했을 뿐만 아니라 점심을 푸짐하게 싸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한 뒤풀이 참석을 위해 일산에서부터 온 미옥 씨의 열정도 새삼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함께 했던 모든 늦뫼가족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